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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스하우스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교수님께 쓴 글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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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잘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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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Kayla 입니다.

 

제가 한국으로 입국한지 5달 정도 지났네요. 

오늘 여름캠프 시작인게 갑자기 생각났기도 하고 교수님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우선 다들 잘 지내시나요 교수님, 이모, 셰넌언니, 대니얼 오빠, 그리고 민수랑 정윤이 언니까지?

한국은 지금 시험기간 이에요. 저희 학교는 이번주에 시험이 있어서 요즘 저는 잠도 거의 못자며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입소소감 썼을때, 제 스스로에게도 떳떳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한거, 이룬 것 같아요.

확실히 학교에선 영어를 잘하는 편에 속해있고, 학교 영어 스피킹 수행평가에서도 저희반에서 저만 유일히 모든 면에서 상(상중하 중)을 받

았고 발음 부분에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교수님 덕분 입니다.

 

사실 이렇게 근황을 전하는 글에서 어두운 면을 쓰면 교수님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거슬리실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얘기를 안하고는 못뵈길 것 같아서 다 말씀 드릴게요.

 

저에게 있어서 필리핀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 제게 주어지는 감시와 강제적인 공부, 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만일 제가 억울한 일로 야단을 맞아서 제가 '제가 그런게 아니다', '그게 아니고  ~' 와 같이 얘기를 하면 저는 바로 무례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만일 제가 어린아이 다운 행동을 한다면 그 후로 며칠간 계속 어리버리 하다며 저에게 말하셨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하면 저는 평소에 매 맞을 것 보다 더 세게, 아프게 맞아야 했습니다. 

저는 이런 비난들과 상처를 받아가면서 저는 잊지 못할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이랑 이모 마음도 이해 합니다. 암요. 더 잘되면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셨겠죠.

 

근데요, 그렇게 까지 하셨어야 했어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너무 화가나요. 머리로는 이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왜 그렇게 까지 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저는요, 그로 인해 거기서 자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어느정도 아셨죠. 근데 저한테 뭐라 그러셨는지 기억하세요? 제가 제 승질을 못이겨서 그런다 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것 때문에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이 너무너무 답답해 져서 자해를 하게 되요. 그리고 전 평생 지우지 못하고 숨겨야 할 흉터들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또, 실수로 시험에서 문장을 2번 연속 잘못 말했을때 교수님 제 허벅지 정말 세게 때리셨잖아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래서 2주일 동안 멍들었었던건 아세요? 또 제가 이런거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면 교수님은 항상 이런걸 마음에 담아둔다며 쪼잔한 아이 취급 하셨잖아요.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진짜 저 너무 힘들었어요. 상처가 잊히지 않는걸 저보고 어떡하라고요. 제 글을 보고 그 곳에서 제 욕 마음껏 하셔도 됍니다. 

 

학교에서 정서 심리 검사를 진행했는데 너무 결과가 안좋아서 학교 상담 선생님과 상담도 했었고 저의 불안 증세들과 필리핀에 대한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저는 전문 심리 상담 센터까지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트라우마로 인해 저는 요즘 조금이라도 제 신경에 오면 늘 과호흡이 와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과호흡이 옵니다. 항상 과호흡이 멈추면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그 눈물의 의미는 제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현타, 그리고 킴스하우스에 대한 원망 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손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안하면 마음의 웅어리가 풀어지지 않을까봐, 이렇게라도 하면 불안 증세가 조금이라도 사라질까봐 그래요. 진짜 필리핀에 갔다온 이후로 제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어요. 후유증이 너무 세게 남았어요. 필리핀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그리고 과호흡도 와요. 근데도 계속 이 사이트에 들어와보게 돼요.

 

필리핀에서 있던 모든 일을 들으신 부모님은 제게 미안하대요. 킴스하우스에 보낸 것 부터 벌써부터 이런 세상을 알게 된 것이 너무너무 미안하시대요. 그 얘기 듣고 진짜 눈물 밖에 안나오더라고요.

 

이번에 입소한 애들한테는 조금 맞추어 주세요. 제발요. 부탁드릴게요. 정말 일면 모르는 사람들 이지만 조금만 맞추어 주세요. 교수님께서 한국을 떠나 계시던 약 10년간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어요. 남의 가정사 함부로 말하지 않고요, 남의 아픈 과거 함부로 들추어 내지 않고요, 남에게 일부로 상처주면서 자극하지 않고요, 어른이 하는 말이 전부 정답이 아니에요. 그런 부분에 조금만 맞추어 주세요. 전 다른 아이들이 저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제가 하소연 했나요. 오랜만인데 이런 모습 보여드려 죄송해요. 

민수랑 정윤이 언니한테 안부 전해 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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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교수님님의 댓글

  •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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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Kayla구나. 처음에 Kayla에게서 온 글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는데, 글을 다 읽고나니... 상당히 맘이 무거워 지는 구나. 무엇보다도 Kayla가 그런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하니, 먼저 사과부터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구나. 너가 참 마음 고생을 많이 했구나. 다시 한번 Kayla가 그런 맘의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Kayla 말대로 요즘 한국의 아이들이 많이 변했나 보구나. 교수님의 교육방식은 15년 전 한국을 떠났을 때의 방식 그대로 인데, 한국의 아이들은 많이 변했는데, 그걸 못 따라 간 것 같구나. 이제 이 일도 그만 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Kayla랑 같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많이 있는데, 그 때 그런 어려움들을 바로 이야기 해 줬더라면 Kayla의 맘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조절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단다. 지금도 여기에 있는 정윤이나 민수는... Kayla가 간혹 힘들어 했던 이유가 다른 여학생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그랬다고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단다(Kayla도 나에게 여러번 와서, 그 여학생 때문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말하지 않았었니?). 사실 Kayla의 글을 정윤이와 민수랑 같이 읽었는데, 이 아이들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자해하는 행동은 한국에서도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그랬다고 Kayla가 자기들에게 말해줬었다고..."하면서 너무 당황해 하는 구나. 그래서 교수님이 이 아이들에게, 같은 일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은 해줬단다. 그리고 이 학생들에게도 여기서 공부하면서 혹시 무슨 어려움 없냐고 여러번 다시 물어봤단다. 다행이 이 학생들은 전혀 그런 거 없다고 말을 하니... 안도가 되는 구나.

이렇게 바로 옆에서 같이 지냈던 여학생들도 모르는 사실을 교수님이 알아내기는...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란다. 즉, 아무도 지금 Kayla가 느끼고 있었던 감정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Kayla가 자세히 그런 말을 좀 해 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단다. 지금도 종종 아이들과 Kayla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매우 똑똑했던 학생, 발음이 좋았던 학생, 노래를 잘 불렀던 학생, 사진을 찍으면 늘 이쁘게 나왔던 학생 등으로.. Kayla는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학생이란다. 민수도 Kayla라가 주고 간 옷이라고 좋아하면서 그 형광색 티셔츠를 입고 있단다. 우리에게 Kayla는 그렇게 좋은 기억의 학생인데.. Kayla에게는 여기가 그렇지 못했다니... 참 맘이 아프구나.

내가 학생들에게 늘 "영어보다도 더 중요한것은 건강이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야 한다"라고 말했잖니? 정신건강도 그 건강에 들어가는데... 그런 말을 해줫으면, 같이 어려움들을 해결해 나갔을 텐데,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고, Kayla는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했으니... 좀 맘이 답답하고, 안타깝구나.

어찌되었건, 다시한번, Kayla가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 학교에서 영어를 잘하고 있다는 즐거운 소식때문에 느끼는 기쁨 보다는, Kayla가 그런 맘 고생을 했다는 사실에 더 마음이 아프고 슬프구나ㅜㅜ. 다만, 교수님이 여기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혹시 앞으로 그런 어려움이 있으면, 맘에 담고 있지 말고 꼭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도록 하거라. 그래야만 상대방도 Kayla의 어려움을 알고 그에 맞게 상황을 조절해 준단다.


그리고 한가지만 더 이야기 해줄께. 동전에는 양면이 있는 거란다. 한쪽의 면을 크게 만들려면, 다른 쪽도 어쩔 수 없이 커진단다. 내가 늘 말했지만, 나의 존재의 목적은 주어진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주는 것이란다. 그 목적을 이루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면(여기서는 고생이겠지..)도 커질 수 밖에 없단다. 그런 점도 충분히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구나.

Kayla가 여기서 3개월 공부했지? 사실 3개월 영어공부해서 학교에서 그렇게 영어잘하는 학생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단다. Kayla도 기억하겠지만, 내가 항상 학생들에게 약속하는 것이 있지. "너희들을 반에서 제일 영어 잘하는 아이들로 만들어 주겠다고(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 빼고)." 그 약속을 Kayla에게는 지켰던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No pain, no gain 이라는 표현.. Kayla도 잘 알지? 다만, 그 pain이 Kayla에게 넘 크게 와 닿은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고 미안하구나...

필리핀에서 어려운 점들도 많았겠지만, 즐거웠던 일들도 많았을 거야.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니, 필리핀 기억을 떠올릴때는 그런 좋을 기억들을 의도적으로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구나. 보통 어른들은 그런 방식으로 나쁜 기억들을 좋은 기억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단다(다는 아는겠지만...). 앞으로 Kayla에게 좋을 일들만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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